도덕의 계보학 쉽게 읽기 - 니체는「도덕의 계보학」부터 [00]

2020. 8. 17. 02:58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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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대 초반의 저는 어떤 개인적인 질문도 목적도 없이 그냥 이 책 저 책을 닥치는 대로 보았(?)습니다(책을 보기는 했지만 읽지는 못했던 시절). 저자가 유명하다거나 당시의 베스트셀러는 일단 구매하고 생각했었죠.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며 수집욕을 충족했고 비록 나 자신의 언어로 바뀌지 못한 정보들이었지만 그것들로 나름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우~명한 니체(Friedrich Nietzsche) 역시 저의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당시의 저는 그가 철학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책과 사상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렇다 보니 니체를 이해하기 위해 선택한 책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유우~명 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입니다. 물론 이 선택은 실수였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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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완독에 실패 했었던... 그 책

니체의 책은 왜 어려운가?

  아무리 이해가 안 가고 졸려도 꾸역꾸역 완독을 하는 저로서도 이 책만큼은 완독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문체가 일반적인 글쓰기 방식과는 달라서 당황했었는데 당시의 저는 이 책에 도전한 의도 자체가 저열했기에 니체는 곧 제 기억에 잊힌 인물이 되었습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야 책은 그 책 한 권으로는 완결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말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니체가 남겨놓은 다른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죠. 니체 스스로도 이 책이 독자에게 난해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 이유를 「도덕의 계보학」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잠언 형식이 이해를 어렵게 한다. 그 이유는 오늘날의 사람들이 그 형식을 제대로 진중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로 새겨지고 표현된 잠언은 읽는다고 해서 아직 '해독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 비로소 그 해석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해석의 기술이 필요하다.  
(2020, p.23)

  차라투스트라와 더불어 그의 다른 책들 역시 특유의 글쓰기 방식 때문에 이해하기가 불편합니다. 일반적으로 니체의 저서들은 각 chapter 하부에 짧은 글들이 숫자를 달고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 글들은 chapter의 제목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글이지만 그 글들은 서로 논리적인 연결 구조가 희미합니다. 오히려 독립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겠군요. 그래서 각 번호의 글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짧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불완전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은 취지의 글이지만 다르게 쓰인 글들을 연관지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릅니다. 저는 일종의 퍼즐 맞추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위와 같은 과정은 모든 독서에서 필요한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쓰인 책은 특히 더 복잡한 절차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피로를 유발합니다. 

하나의 piece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짝이 맞는 pieces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도덕의 계보학」

  이제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제 인생의 큰 변화이자 위기가 찾아온 시점이 되어서야 다시 니체를 읽으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니체에 실패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죠. 그래서 막무가내로 덤벼들기 보다는 인터넷에서 여러 익명의 선배들의 글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대다수는 이 사람을 보라를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더군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그 의견에 따라 이 사람을 보라」를 읽고 도덕의 계보학」과 더불어 선악을 넘어서 우상의 황혼를 읽어 보았죠. 그런데 다 읽고나서는 역시 익명의 선배들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도덕의 계보학이 (현대의)일반적인 책과 가장 흡사한 형식으로 쓰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니체 자신도 「도덕의 계보학」이 일종의 해석서라고 머릿말에서 밝히기도 했죠.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저는 「도덕의 계보학을 편의상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참고자료
Friedrich Nietzsche(1887). 도덕의 계보학(홍성광 역). 서울:연암서가(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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