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저서, 쉽게 읽기

2020. 7. 18. 17:27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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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책 읽기는 이름 없는 낯선 곳에서 자신만의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한국에 있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익숙한 이정표들을 이용할수 있고 그래서 손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화, 주소체계 그리고 언어가 다른 외국의 어떤 장소에 던져지게 된다면요? 더 나아가서 그 장소가 길게는 150년 전 짧게는 50에서 60년 전이라면요? 우리는 주어진 정보를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저자가 의도한 목적지와는 너무도 다른 곳에 도착할지도 모릅니다. 

책은 단순히 읽어서는 그 자체로 해독된 것이 아닙니다.

  특히 고전문학을 읽을 때 우리는 자주 이런 문제를 겪게 되지요. 카뮈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너무나 유명합니다. 그러나 카뮈는 우리의 시공간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이유로 우리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이 떨어질 수도 있고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 책들은 독자에게 무의미로 남게되는 거죠. “어 이거 읽었었는데?” 정도가 되는 겁니다. 고전이라고 읽었는데 남는건 독해력 향상이라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카뮈를 읽기 위한 최소한의 카뮈,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카뮈의 삶을, 제 나름의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1. 가난  2. 죽음 3. 전쟁  4. 이혼  5. 이방인

 

1 가난

  1913년, 카뮈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몬도비(Mondovi)에서 태어납니다. 알제리는 당시 조선과 같은 처지로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의 2세였어요. 그러나 아버지는 카뮈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1차 세계 대전으로 프랑스에 징집당하게 되는데요. 안타깝게도 첫번째 전투에서 머리에 부상을 입고 사망하게 됩니다. 가족은 아버지의 사망으로 생계가 불확실해졌죠. 카뮈는 어머니를 따라 외갓집으로 이사했고 어머니는 곧 가정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기 시작합니다.

1913년, 카뮈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몬도비(Mondovi)에서 태어납니다.

  카뮈가 거주한 곳은 전기와 수도 시설이 없었어요. 무엇보다도 외가와 함께 6명이 살기에는 너무나 비좁은 곳이었이었죠.그런 그가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담임 교사 루이 제르맹(Louis Germain)의 설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알제 빈민가 아이들은 대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노동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어쨌든 학업은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달라진건 아니었죠. 여름방학이면 철물점의 점원, 선박 회사의 사원이 되어 생활비를 보태야 했어요. 어린 나이에 부유한 친구들과 자신의 비교는 필연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는 후일 『작가 수첩』에서  가난과 자신의 가족이 수치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 수치스러워했다고 언급합니다. 

 

2 죽음

  카뮈는 1930년 알제리 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학업과 더불어 특히 축구팀에서의 활동에 푹 빠졌어요.  그러나 그 해 12월, 운명은  폐결핵으로 그의 건강마저 빼앗아 갔습니다.  그는 더 이상 운동으로 인한 기쁨을 추구할 수 없게되었고 학업도 중단하기에 이르죠. 그 후 1년의 회복기를 거치고 1931년 10월 대학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폐렴은 카뮈를 평생 동안 따라 다니며 인생의 기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직업적인 경우에는 공직 부적격이라는 신체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결국 대학교수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3년 혹은 4년 간격으로 폐결핵이 재발합니다. 적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간 지역을 옮겨 가면서 요양을 해야 했죠.이렇게 죽음의 그림자는 평생 카뮈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습니다.

 

3 이혼

  1934년 까뮈는 알제 대학에서 20살의 시몬 이에(Simone Hie)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 해 6월 당시에도 빠른 나이에 첫번째 결혼을 하게 돼요.그런데 이 결혼은 까뮈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줍니다. 먼저 가난과 건강문제는 여전히 카뮈를 옥죄었죠. 심지어 시몬 이에는 모르핀 중독자 였습니다. 카뮈는 그녀가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게 되죠.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함께 바람기를 가지고 있었고 남편인 카뮈에게 질투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결국 1936년에 카뮈는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별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법적 이혼은 4년이 지나서야 하게 되죠. 까뮈의 삶에서 문제는 이 뿐만 아니었어요. 당시 모두에게 그랬지만, 카뮈의 삶에는 “질서”“일상성”이란 있을 수 없는 단어였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그 원인입니다. 

 

4 전쟁

  누구나 알고 있듯 1939년(26살)에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죠. 파리시민의 일상과 승리에 대한 기대는 전쟁이라는 부조리 상황에 무참히 깨집니다. 1940년 중순 독일이 기갑 부대를 프랑스에 투입하게 되면서요. 곧 프랑스의 대부분의 지역이 독일에게 넘어갔습니다. 당시 카뮈는 허름한 호텔에 거주하며 언론사인 <파리 수아르>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파리 대탈출(피난)의 혼란을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었죠. 

1940년 6월 파리의 대탈출

  이쯤에서 우리의 주 관심사인 책으로 눈을 다시 돌려 봅시다. 카뮈의 대표작인 『이방인』『시지프 신화』 그리고 『페스트』는 모두 2차 세계 대전 중에 쓰여 졌습니다. 카뮈도 『시지프 신화』 출판 15년 후인 1955년, 미국판 서문을 통해 혼란과 참사  속에서 쓰여진 책임을 강조했어요. 그러나 전쟁과 별개로 그가 젊은 시절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사건들도 결코 『이방인』『시지프 신화』의 집필 배경에서 분리할 수 없는 것들 입니다. 그래서 카뮈의 대표작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개념이 부조리입니다. 

꼭 기억해 주세요 “부조리”

  전쟁이라는 비극과 카뮈의 개인적인 불행... 그에게 인간의 기대와 희망이 부조리한 사건으로 인해 번번이 좌절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카뮈는 부조리는 인간의 기본 조건으로 결코 피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피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보았어요. 『시지프 신화』를 다룰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책에서는 부조리대해서 카뮈는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부조리”는 인간의 호소와 세계의 비합리적 침묵의 대면에서 생겨난다. 
(2016, p. 49)

               

                                                   인간(또는 나의 목적을 위한 행위) ---> 부조리 <---세계

 

  세계는 기본적으로 비합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세계를 이해하려는 행위, 나를 이해하려는 행위,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 기대는 항상 가혹한 현실 앞에 배신당합니다. 혹자는 자신의 계획과 노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확신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종국에는 죽음이라는 부조리로 사라질 운명에 있으니... 그는 최소한 죽음이라는 부조리를 배제하고 있는 겁니다. 즉 세계를 대면한 인간의 노력은 죽음이라는 부조리로 언제나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아직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고요? 괜찮습니다. 이 글의 목표는 어디까지 소개입니다. 부조리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는 다음에 업로드할 글에서 할 거고요. 여기에서는 인간이 처한 부조리가 카뮈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이구나~~ 고 넘어가면 될 일입니다. 어쨌든, 카뮈는 삶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절망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이방인』『시지프 신화』에서 카뮈는 부조리를 대면하여 저항하는 인간상, 그것의 멋짐을 말합니다.

  그러나 1942년  카뮈는 전쟁 속에서  『시지프 신화』『이방인』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책들은 주인공 자신이 처한 부조리와 그 부조리에 대한 저항을 다룬 책으로 타인은 부조리 상황을 촉발시키는 또 다른 세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과 그 해결은 개인적 차원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었죠. 따라서 부조리의 인식과 저항을 개인적 차원 이상으로 다루기 위한 노력이 제가 마지막으로 다루게 될 작품인 『페스트』의 메인 문제의식이 됩니다.

  그의 부조리 철학은 삶에서  어떻게 드러났을까요? 그는 특정 이익 집단에 봉사하지 않았고 공산주의가 주는 안식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인간의 고통입니다. 이 같은 포지션 때문에 카뮈는 지식사회에서 그리고 프랑스인과 알제리인 모두에게 외면을 넘어서 공격받게 됩니다. 

 

5 아웃사이더

5 - 1 지식 사회에서

  카뮈가 지식 사회에서 외면받게 되는 상징적인 사건은 사르트르와 카뮈의 결별입니다.카뮈가 39세였던 1952년 이 사건은 파리의 지식인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죠. 52년 카뮈는 공산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반항하는 사람>들을 출간하였습니다. 사르트르는 <레 탕 모데른>에 기고문을 올려 카뮈를 비판했어요. 그 내용에는  카뮈 성격에 대한 인신공격도 포함되어 있었죠. 카뮈는 부조리의 상황에서 신에게 의존하거나 선험적인 개념을 등장시켜 진짜 문제에서 인간을 도피시키는 행위를 비판하였습니다. 이런 카뮈는 역사적 진보라는 허구적인 믿음에 기대고 소련이 저지르는 범죄를 묵인하는  파리의 지식인들을 두고 볼 수 없었겠죠. 그러나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지식인을 비판했다고 해서 카뮈가 반공 노선에 가담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카뮈는 양측 모두에서 공격받으며 고립됩니다. 이 경험으로 카뮈는 지식 사회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이후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연극 활동에 더 전념하게 됩니다.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카뮈는 국가 공동체에서도 외면받았습니다. 즉  프랑스 알제리 양쪽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습니다. 

5-2. 프랑스와 알제리 사이에서

  카뮈는 프랑스가 식민 통치하고 있는 알제리의 유럽계 사람(소위 피에 누아르, Pied-Noir)입니다. 자신도 프랑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가 알제리 원주민들을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프랑스 내의 일원으로 포용하기를 바랐어요. 카뮈가 어떤 입장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식민 시절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조선인의 입장에서는 카뮈를 잘 쳐줘 봐야 친한파 일본인쯤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포지션 때문에 프랑스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알제리 원주민 및 아랍인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평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데요. 유럽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식민 통치를 옹호한 인물 정도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카뮈에 대한 다소간의 오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입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카뮈, 침묵하지 않는 삶』  3장 전반에 걸쳐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카뮈는 결코 어느 편의 승리가 정의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다만 서로의 정의가 다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고한 민간인의 고통과 죽음 그리고 죄책감 없이 자행되는 범죄들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 전날 공개석상에서 알제리 청년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받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아무튼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펜은 어느 당에도 어느 국가에도 봉사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 그의 입장은 언제나 일관되었습니다. 저는 그를 프랑스의 지배를 지지했다는 점 하나만을 보고 는 비판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카뮈의 입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죠. 어쨌든 카뮈에 대한 비난과 관심은 카뮈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었어요. 1957년(44세)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에는 공황 발작을 겪게 됩니다. 그는 그 후 자전적 소설인 『최초의 인간』을 작업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완성되지 못하게 되죠. 그는 평생을 위협했던 폐렴으로 사망하지 않았습니다. 말년의 안식처인 루르마랭을 떠나 파리로 향하는 자동차에서  46세의 젊은 나이에 사고로 사망합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요. 카뮈 다운 마지막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카뮈를 읽기 위한 최소한의 카뮈였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카뮈라는 사상적 언덕을 산책하는데  괜찮은 이정표가 되었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Jean Grenier(1968). 카뮈를 추억하며(이규현 역), 서울: 민음사(1997).
Rovert Zaretsky(2013). 카뮈, 침묵하지 않는 삶(서민아 역). 서울: 필로소픽.
Albert Camus(1942). 시지프 신화(김화영 역), 서울: 민음사(2016).
최수철(2020). 카뮈. 서울: 북이십일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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