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원작과 많은 제작비도 살리지 못한 작품 <스위트 홈> 리뷰

2021. 1. 10. 02:35Movie

반응형

점수: 3/10


장르의 다양성을 갖게된 한드

  나는 미국 드라마의 감성과 잘 맞지 않아 인기작도 자주 하차하는 편이다. 정말 유명한 작품들 <왕좌의 게임>, <워킹데드> 외에는 대체로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미국 드라마를 찾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한국 드라마는 장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20대였던 201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 드라마 제작은 공영방송 위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수가 TV를 시청하던 시기에도 기껏해야 대하사극 정도를 제외하면 등장인물들만 바뀌는 가족드라마가 주류였다. 그에 비해 판타지 SF와 좀비물 등 다양한 설정을 배경으로 하는 미국 드라마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게다가 SF를 포함한 공포 좀비물 크리쳐물 등등 일상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 드라마가 장르적 다양성을 갖추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새로운 수익구조의 발견은 한국 드라마가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비록 상당수의 과실은 넷플릭스에서 가져가지만 한국 콘텐츠가 동양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지배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장르의 다양성이 늘어나고 드디어 젊고 부자인 남자와 가난한 여자와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보지 않아도 될 조건이 마련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드라마에서의 첫 크리쳐물 <스위트 홈>의 제작은 나에게 반가운 일이었고 리뷰도 볼 것 없이 바로 시청에 들어갔다.

다양성 그자체로 의미가 있는 작품

  다양성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독점 제공인 드라마의 경우에는 들어가는 자본은 큼에도 각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이 대표적인데 이야기의 중심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중구 난방식의 이야기가 몰입을 방해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 할 요괴 퇴치는 초반 이후에는 안은영을 따라다니는 죽은 귀신의 이야기와 같은 사이드 에피소드로 인해 이야기의 배경화면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 사이드 에피소드가 메인 에피소드와는 별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며 시청자와의 충분한 감정을 쌓아 놓지도 않아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대표로 뽑았지만 넷플릭스 독점작은 영화를 포함하더라도 하나 같이 굳이 볼 필요 없을 정도로 무난하거나 형편없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러나 기대이하의 작품

01 후반으로 갈수록 병풍화되는 괴물들

  안타깝게도 <스위트 홈>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라 안심을 하고 보았다가 된통 당해 버렸다. <보건교사 안은영>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이 작품이 갖는 문제도 <보건교사 안은영>에서와 거의 동일하다. 그래도 첫인상은 좋았다. <스위트 홈>에서 1편이 시청자에게 유발하는 불쾌감과 불안함은 추후에 괴물의 등장과 어우려져 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러나 그 긴장감은 딱 3편 까지였다. 3편까지는 아파트에 등장하는 괴물들이 유발하는 공포감과 위압감은 나를 압도하였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괴물들의 역할이 모호해진다. 회당 30억이 투자되었지만 초반에 보여주던 괴물들의 압도적인 모습은 거듭할수록 배경 역할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몬스터 그래픽 자체는 흠잡을 데 없었지만 3D와 따로 노는 듯한 등장인물의 단순한 움직임과 몬스터들의 멍청한 AI는 긴장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괴물들이 가장 위협적이었던 순간은 아파트 주민과 괴물이 대결하기 전의 모습이다. 그 이후로 괴물들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심지어는 우스꽝스러운데 그 순간 크리쳐 물로서의 작품의 의의는 사라진 것이다.

(혐짤 주의)

더보기
인터폰 씬 까지의 분위기와 공포는 만족이었지만...

02 매력없는 등장인물

  최소한 그렇다면 괴물 이야기가 아닌 다른 등장인물 중심의 이야기가 매력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메인이야기와 조화없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등장하는 플레시백으로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어느 등장인물과 충분히 감정을 쌓아 놓지 않은 상황이라 어떤 등장인물에게도 제대로 감정이입이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의 불행한 과거 이야기는 나오지만 그로 인한 심경변화나 심리 묘사가 메인 스토리에 적절하게 등장하지 않아 그에 공감하기가 힘들다.

03 일반인의 감각과 동떨어진 대사

  이외에도 대사나 음악 그리고 이야기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오글거리는 대사를 보고는 처음에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캐릭터 컨셉의 문제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중2병 같은 오글 거리는 대사와 억지 감동 유발을 유도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감독의 감성 자체가 어딘가 망가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일반인의 감성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은 선곡과 재헌의 자세 그리고 대사의 삼위일체가 작품 전체의 긴장도를 떨어뜨린다. 1화에서 공포 크리쳐물로 노선을 확립한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재헌: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한 사랑은 없나니 너희가 주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주의 친구라."

  혹시 이 작품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3화 까지만 보는 것을 추천한다. 3화까지 사실상 이 작품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보여준다고 해도 무방하며 그 이후는 크리쳐 물의 스킨을 쓴 허접한 드라마에 불과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