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장발머리 어떻게 기를까? 기르는 시간은?

2020. 11. 11. 21:36디지털 노마드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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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기르게 된 계기

  이글을 쓴 기준으로 저는 여자 기준으로 단발과 숏컷 사이의 미묘한 경계까지 머리를 길렀습니다. 남자로서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먼저 서비스직이나 이미지가 중요한 직장과 같은 곳에 취직을 생각한다면 쉽사리 마음먹기 힘듭니다. 먹고사니즘은 매우 신성한 것이라 어떤 핑계로도 스스로를 설득하기 힘이 듭니다. 직업문제가 아닌 경우에도 머리카락은 타인의 몸뚱이에 붙어 있는 것 마냥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 중에 하나죠. 조금만 길러도 주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머리 잘라야 되겠다." "머리 답답해 보인다" 등등... 그래도 저는 상대적으로 장발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취업 전선에서 물러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황이었고 그동안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이 상황적인 조건도 좋았지만 저의 미적 지향성도 한 몫했죠.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예쁘다"에서 끝날 생각을 "해보고 싶다."는 곳까지 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항상 짧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그렇지만 저는 20대 내내 어떤 머리를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어떤 머리를 해도 나한테 맞지 않는 것 같았고 특히 미용실에서 앞머리를 제대로 자르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미용실을 다녀오면 덥수룩한 앞머리에 뱅헤어 마냥 1자로 그어진 앞머리를 보면서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답을 못 찾았죠. 머리숱은 많고 두꺼운 모발이라서 그런지 펌을 할 때마다 일주일만에 원상태에 가깝게 돌아갔습니다.

핵폭발 버섯머리

  그만큼 미용실을 자주 옮겨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하고 그냥 "알아서 잘라주세요."라는 말이 입에 붙어 버렸습니다. 체념한 거죠. 이런 와중에 머리를 기를 여건이 충족되니 머리를 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실패하기 쉬운 이유

  일단 사회적 시선이나 경제적 조건과 같은 제반 조건을 극복하고 머리를 기르기로 다짐하였다고 하더라도 일정 길이 이상을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래는 저의 실패담인데 사실 군대 전역 후에도 장발을 도전했던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실패는  다음의 이유였습니다.

01 여름에 더움

02 앞머리가 눈 아래부터 입술 지날 때까지의 불편함

03 목표로 하는 스타일이 모호함

  돌이켜 보면 1번과 2번은 발끈 포기를 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간접 이유에 가까웠고 3번의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다시 말해 3번의 이유 때문에 1번과 2번을 견디지 못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네요.

  대략 7~8년 전에는 인터넷에 남자 단발이나 장발이라고 검색하면 개그맨 최양락과 배우 류승범 그리고 원빈 외에는 거의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요즘과 다르게 인터넷에 검색을 하더라도 경험담이라던가 일반인은 거의 없다시피 했죠. 최양락식 단발은 논 외로 치면 류승범과 원빈의 장발 외에는 ideal model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미용실을 가더라도 머리를 기른다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뻔뻔하지도 못해서 여자 사진들을 내밀면서 따라 하고 싶다는 말도 하지 못했었죠. 결국 한계는 앞머리가 코를 넘어가는 시점에 왔습니다. 무작정 기르다 보니 뒷머리는 김병지 꽁지머리처럼 내려왔고 기르기는 했는데 막상 어떤 머리를 하고 싶은지 몰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햇볕이 내리쬐는 캠퍼스 언덕을 오르다 보니 현자 타임이 쌔게 오고 결국 머리를 자르게 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머리를 기르고 싶으면 우선 명확한 스타일 부터 정하는게 좋습니다.

머리를 기를 때 꼭 알아야 것들

01 윗머리가 아랫머리까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자

  일반적인 남성의 짧은 머리를 떠올려 봅시다. 그 상태에서 머리를 기른다고 생각했을 때 두피에 달려있는 모든 머리카락이 비슷한 속도로 자라지만 그 머리카락이 달려있는 위치는 모두 다릅니다.

상단: 정수리에 달린 머리

중단: 옆머리

하단: 뒷머리

  짧은 머리의 남자가 존버 해서 상단의 머리가 5cm 자란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동안 하단에 달려 있는 머리들은 놀지 않고 똑같이 5cm가 자라죠. 윗머리가 5cm 자라 봐야 귀 끝에 닿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하단에 달려있는 머리의 5cm는 느낌이 다릅니다. 빨리 기르겠다고 아랫 머리를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왼쪽이 더 일반적인 경우인데 뒷머리가 어깨 정도로 내려오게 되면 밖으로 말리면서 관리가 안되고 전체적인 벨런스가 깨지게 됩니다. 이런 문제는 중단 머리에도 똑같이 해당됩니다. 그래서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사실상 윗머리가 뒷머리까지 내려오는 과정을 말하며 아랫 머리는 윗머리가 내려올 때까지 길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물론 김병지 선수처럼 뒷머리를 기르는 것이 목표라면 말이 달라집니다.

02 미용실에 간다고 목표하는 스타일의 달성이 늦어지지 않는다.

  머리 기르는 사람들은 미용실을 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안 그래도 안 자라는데 여기에서 정리랍시고 더 자른다고?"

  미용실에 가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앞의 01번의 이유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미용실에 가서 정리를 하게 되면 머리 기르는 속도가 늦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미용사가 정상이라면 머리를 기르는 것이 목표라는 손님의 윗머리 기장을 건들 이유가 없습니다. 윗머리를 건들지 않는 상태에서 부정 출발을 한 아랫 머리들이 윗머리를 기다릴 수 있게 균형만 맞춰주는 거죠. 어차피 윗머리가 내려오지 않은 이상 삐져나온 아랫 머리들은 허수에 불과합니다. 

단발까지 걸리는 시간

  머리를 기르면서 가장 지옥 같았던 구간은 <1단계: 눈에서 코 끝까지>입니다. 이때는 이따금씩 짜증이 날 정도로 앞머리가 거슬리고 머리 스타일이 근본도 없습니다. <2단계: 코에서 턱까지>이때부터 편해지기 시작하고 신경을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턱까지 오게 되죠. 단발이 어느 정도 기준인가 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말하겠지만 저는 앞머리를 당겨서 턱까지 내려오는 단계라고 정하겠습니다. 이쯤 되면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상 옆으로 넘긴 앞머리가 눈을 가리지 않는 단계가 되죠. 일종의 임계점을 넘긴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단발의 초입 단계로 목표로 하는 머리 길이는 3~4개월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머리 상태가 불편하지 않아 지금부터는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머리가 기는 속도는 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달에 1cm ~ 2cm 정도 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략 1.5cm. 이 속도로 계산하셔도 되지만 대강 아래 오른쪽처럼 단발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8개월 정도입니다. 그리고 단발에서 중단발로 넘어가기 전 목 중간 그리고 어깨에 머리가 닿기 전의 머리는 오른쪽의 머리에서 다시 8개월이 더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발 남자의 이미지는 짧은 머리에서 최소한 1년 4개월은 생각하셔야 합니다. 

6월 그리고 11월

뻔뻔해지자

  재밌는 것은 머리를 기르는 사람들도 앞머리를 자르는 것은 일종의 금기처럼 여깁니다. 우스운 게 어차피 머리를 기르기로 마음먹은 한국 사회의 이레귤러가 앞머리니 뭐니 따지면서 가능성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기르면서 까지 강박스럽게 남자다운 장발(ex 예수 머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애초에 머리를 왜 기르는 건지...? 다들 원하시는 스타일 고르고 눈치 보지 말고 기릅시다. 


1년 후가 궁금하시다면 다음글도 참조

 

남자 장발 1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길었을까?

숏단발에서 중단발 까지 2020년 3월부터 머리를 기를 마음을 먹었던 시점부터 8개월이 지나 11월 11일 장발 기르는 방법에 대한 팁에 대한 글을 적었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난 지금 주변에서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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