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불안장애 극복하기 - 치료 [02]

2020. 12. 6. 06:07Book

반응형

목차
사회불안장애 극복하기 - Prolog [00]
사회불안장애 극복하기 - 증상과 원인 [01]
사회불안장애 극복하기 - 치료 [02]

인지행동치료의 기본 아이디어

  다수의 연구자들은 사람이 가진 생각과 신념이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책에 따르면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별로 유용하지 않은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생각을 낳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 때문에 증상이 신체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봅니다. 이런 아이디어에 따라 인지행동 치료 기법이 고안되었는데 이 기법은 다음 세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어떻게 지각하는가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은 모니터 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생각을 바꿈으로써 감정이나 행동을 바람직한 방법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사회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가는 나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줍니다. 그 해석 방식은 스스로 내면을 관찰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찰로 확인한 해석 방식은 내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전제에 따라 인지행동치료는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의 상황 해석 방식을 바꿔 감정이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려놓는 치료방식입니다.

  그러나 처음 사회불안장애를 겪게 되면 증상에 집착하기 마련입니다. 얼굴이 빨개질 때, 목소리가 떨릴 때, 몸이 떨릴 때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증상들을 남에게 숨기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됩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증상을 누르려고 애쓰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죠. 그러나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증상을 사람들에게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증상을 타인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위협 수준이 더 높아질 뿐입니다. 증상을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한 증상의 발현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에 처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사고방식을 도움이 되는 쪽으로 설득하는 인지행동적 치료가  중대하게 요구됩니다.

인지적 오류(=생각)와 역기능적 신념

  위와 같은 아이디어에 따라 인지행동치료는 내 안에 있는 '생각' '신념'을 발견하고 스스로 설득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여기서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의 신념생각은 사회적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역기능적 신념', 인지적 오류인 '부적응적 생각'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어떤 신념을 가지느냐에 따라 유발하는 생각은 달라지는데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의 부적응적 신념과 생각을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입니다.  

  먼저 특정한 신념에서 비롯되는 '생각'은 일종의 습관 같은 것으로써 일상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이를 '자동 생각'으로 부르고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1) 지레짐작, (2) 내 탓하기, (3) 흑백 논리 여기서 지레짐작은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예시로 소개됩니다.

"남들이 날 바보 같다고 생각할 거야"

"내가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생각할 거야"

  저는 이러한 (1) 지레짐작이 극단적으로 나타나서 발표나 특정한 사회적 상황이 아니라 단순히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날 바라보고 있어"라든지 "저 사람들은 내가 긴장한 걸 알아차리고 비웃을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들입니다. 당시에도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알고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책에서는 (2) 내 탓하기를 "상대방이 아무 의도도 없이 한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불안장애를 겪고 한참 뒤에 자각하게 된 사실입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저를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그 생각을 다른 친구와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는 점인데 저의 뇌피셜 외에는 친구를 설득할 수 있는 합당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경험을 치료의 경험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험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3) 흑백논리입니다. 자신을 경험을 "실패 or 성공"으로 나누어 버리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사실 어떤 일이 성공이나 실패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어떤 일들에서 좋지 못한 경험을 하는 일은 많지만 삶은 끝나지 않고 그 경험이 나중에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저도 사회불안장애를 삶에서의 실패로 의미 부여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훌륭한 글쓰기 재료입니다. 

  위와 같은 자동 생각을 유발하는 것은 "신념"입니다. 책에서는 신념을 찾아서 타당성 검증이나 유용성 현실성을 검토할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굳이 신념을 찾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불안장애를 겪는 자신에게 스스로를 긍정하는 말들을 하면 그 말에 저항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굳이 부정적 신념을 확인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고 그 문장에 대한 자신의 저항감을 확인하면 될 일입니다.

사회불안장애의 치료는 자신을 설득하는 일

  지금까지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사회불안장애를 치료하는 일이 곧 부적응적인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을 수정하는 일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일은 자신을 설득하는 일임에도 마치 타인을 설득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신념'과 '자동 생각'은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에 단순히 그 생각과 신념을 발견하고 말이나 언어로 한두 번 반박한다고 설득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과 언어로 된 설득과 더불어 직접 그 상황에 노출되기도 해야 합니다. 높은 다리를 건너가는 것은 무섭지도 않고 안전한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설득하려면 말과 다짐과 함께 행동으로 이를 확인해 보는 것이 빠른 것처럼 말이죠. 일반적인 경우라면 몇 번 걷는 것만으로도 무서움은 줄어들 것입니다. 이렇게 고소공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사회불안을 보이는 것이 세계가 멸망한 일처럼 받아들일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한다면 나중에는 언어로 자신을 설득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지금까지 설득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이 설득은 논리적인 영역에서의 설득이 아닙니다. 애초에 별로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신념과 생각이 합당한 근거를 갖지 않았던 것처럼 자신을 긍정하는 힘에서 나온 생각과 신념들 역시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것도 사실이고 컵에 물이 반밖에 남지 않은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어떤 해석을 내릴지는 '내가 선택하는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지금까지 불안장애를 유발할 만큼 강한 확신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반대로 무한한 자기 긍정에의 신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거 없는 자기 긍정에서 출발하는 신념과 생각으로 세계를 해석할 권리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최종적인 스스로에 대한 설득이 될 것입니다. 

  이때 해로운 사람들을 피하는 것은 자기 설득에 도움이 됩니다. 자연적인 상태에서 사회불안장애를 겪기란 힘든 일입니다. 반드시 세계 해석의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까먹도록 만든, 즉 자신을 취약하게 만든 환경이나 대상이 있기 마련입니다. 치료에 있어서 그런 사람들과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을 추천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들과 심리적인 거리를 두기를 바랍니다.  사실 그 인물은 가족일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어떤 경험에 대해서 가치 평가를 내리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겪은 경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것이 좋다 저것이 나쁘다 말하며 때로는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사람을 제일 조심하세요.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비난했던 것처럼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치료의 전진과 후퇴

  사회불안장애는 치료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항상 정방향으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왼쪽 아래처럼 일방적으로 우상향 하는 치료 성과를 기대하거나 최소한 오른쪽의 계단식 성장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상황에 노출되기 때문에 나아졌다가도 조금 다른 상황에서는 더 나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는 오랜 기간 괜찮다가도 부지 불식 간에 증상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사실 사회불안 장애의 치료의 현실적인 진도는 체감상 아래 그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불안장애의 치료란 것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나아지는 것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아 불안합니다. 그리고 치료는 위처럼 정방향으로 좋아지지 않아 어떨 때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낄지도 모릅니다.

  이때 치료에 대한 의심도 생기지만 자신의 병을 이해한 순간 실제로 다시 되돌아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해 드리자면 다음의 단계를 거치실 겁니다. 

  1. 증상은 존재하지만 증상을 보이고 난 뒤 그 불쾌감에 신경 쓰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2. 증상을 보이더라도 그 일을 신경 쓰지 않게 되고 증상이 발생하는 상황의 Case가 줄어든다. 

  3. 증상이 발생하는 Case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며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정도

  4. 더 이상 증상이나 불안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 

  1 2 3 4번을 거치는 순간에도 분명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1번까지만 가더라도 일상생활하는 데에 문제가 없어집니다. 증상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난 뒤에 금방 잊기 때문에 별 일 아니라는 확신이 내적으로 커지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증상이 없어서 몇 년 간 괜찮은 시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상황이 나빠지거나 흔히 겪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모습 자체가 더 이상 본인에게 큰 의미가 아닌 일이 되고 금방 잊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치료가 되어있는 겁니다.

참고자료
김은정(2018). 사회불안장애. 서울:학지사.
목차
사회불안장애 극복하기 - Prolog [00]
사회불안장애 극복하기 - 증상과 원인 [01]
사회불안장애 극복하기 - 치료 [02]
반응형